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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보도] “재정 건전성 따질때? 지금은 생존부터 걱정해야” 등록일 2020.12.16 09:02
글쓴이 김초희 조회 1534

“재정 건전성 따질때? 지금은 생존부터 걱정해야” - [인터뷰] 김구철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소장

- “선별 지원 비현실적…자영업 시장 구조조정 불가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파’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세를 불리면서 한국 경제를 할퀴는 모양새다. 이번 3차 대유행으로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경우 가장 취약한 계층은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과 특수고용직, 2030세대, 여성 등이다. 징후는 이미 여러 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특수고용직이나 프리랜서의 소득이 올해 70%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창업 이후 1년 이상 버틴 기업은 10곳 중 6곳, 5년 이상 버틴 곳은 10곳 중 3곳에 불과하다는 통계청 조사 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이대로 가면 취약계층 붕괴로 인한 한국 경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최근 계속되고 있는 재난지원금 논란은 적절치 않다고 김구철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소장(경기대 교수)은 지적한다. 그는 “중산층 이상에게는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이 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하지만 하나라도 조건을 달면 지원 대상에서 취약계층이 빠지는 게 엄연한 현실”이라며 “감염병 사태로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될 수 있도록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향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사상 유례없는 감염병 사태로 우리 사회나 경제가 강제로 구조조정 압박을 당하고 있다. 경쟁력이 없는 자영업자는 이참에 상당수 도태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세워 비대해지는 창업시장의 체질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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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이종훈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확진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일찍 축포를 터트린 경향이 없지 않다. 2015년 불거진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선제적 대응은 잘했다. 어떤 나라보다 빨리 진단키트를 승인해 초기 방역에 활용했고, 드라이브 스루 등 혁신적인 방법으로 ‘K방역’을 세계에 알렸다. 덕분에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 선에서 봉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적으로 합격점을 줄 수 있는 성적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전의 메르스 사태와는 성격부터가 다르다. 단기적인 데다, 국지적 성격이 강했던 메르스와 달리 코로나바이러스는 장기적이고 전 세계적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맞춰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취약계층에게 넘어가지 않을까 우려된다.”


코로나 3차 대유행이 현실화되면서 정부는 선별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가 적지 않은 반발에 부딪혔다.

“사실 중산층 이상에게는 100만~200만원의 지원금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당장 생계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나라도 조건을 달면 정부 지원 대상에서 취약계층이 빠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은 재정 건전성을 따질 때가 아니다. 생존부터 걱정해야 한다. 정책 역시 여기에 맞춰야 한다.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금이 전달될 수 있도록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원하는 게 맞다고 본다.”

한국의 ‘실핏줄 경제’로 불리는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다. 서울 강남의 경우 아직까지 1급지 상황은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조금만 골목으로 들어가면 공실이 많다. 나머지 지역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대로 가면 자영업자의 줄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 때문인가.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맞는 말도 아니다. 한국은 1998년 IMF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퇴직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창업을 선택했는데, 대부분 치킨집이나 커피숍 등이었다. 전문기술을 가진 창업은 손가락에 꼽힌다. 이 과정에서 창업시장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 정부도 이런 문제를 수수방관했다. 전대미문의 감염병 사태를 거치며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터졌다. 향후 자영업자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난지원금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10개월여 동안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조정될 때마다 가게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 피로감이 많이 쌓인 게 사실이다. ‘왜 우리만 사지로 모느냐’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왔다. 여기에 맞춰 방역 단계별 재난 매뉴얼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당장 지금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나중에 족쇄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책은 없나.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번 기회를 한국 사회를 구조조정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자영업 시장은 현재 지나치게 비대해졌다. ‘퇴직하고 할 일 없으면 장사나 하면 되지’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그러다 보니 경쟁력이 약해졌고, 폐업도 속출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은 63.7%, 5년 생존율은 31.2%다. 창업 이후 1년 이상 버틴 기업은 10곳 중 6곳, 5년 이상 버틴 곳은 10곳 중 3곳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기존의 사업모델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예비 창업자들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일종의 ‘동맹 전략(Survival alliance)’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정부는 무작위로 소상공인이나 창업 등을 지원했다. 똑같은 자원이라면 좀 더 정밀하게 배분해야 한다. 회생 가능성이 높은 곳에 지원을 투입해야 폐업률을 낮추고 업계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주변에 대기업 CEO(전문경영인)로 퇴직한 지인이 있다. 현역 때는 회계에 정통했다. 현재는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고 있다. 이를 폄하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정부의 인생 2모작 교육이 그만큼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헛돌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지방 경제 상황도 예사롭지 않다.

“최근 강원도 정선군으로부터 자문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1100만 명이던 관광객이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300만 명 아래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선 5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100~150대에 이르던 관광버스가 현재 3~4대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나머지 지역은 안 봐도 뻔하다. 지역경제가 그만큼 피폐해지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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